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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루양과 핀란드...모두가 다 좋다...^^

 

따루양 미니홈피에 들어가서 그만 한시간 동안이나 놀아버렸다. 뭐 내가 꼭 할일 없는 백수여서 그랬던 건 아니고...따루씨의 홈피에서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었다. 뭐 특별히 이렇다 할만한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나는 따루양을 바로 실제로 마주친 적이 있다. 외근 나갔다가 지하철 5호선을 타고 회사로 복귀하고 있었는데...광화문이었나 서대문이었나 하여튼 그쯤에서 몇 무리의 남정네와 함께 적당한 키의 한 백인 여성이 전동차에 올라탄 것이었다. 미수다를 매주 시청하며 따루양의 팬이기도 했던 나는 전동차에 올라탄 그 여성이 내가 아는 그 사람임을 한순간에 알아보았다. 물론 그녀는 나를 모르지. 왜냐면 나는 이 시대의 한량없는 듣보잡이니까. ㅋㅋ

동행한 친구들은 방송쪽 사람 같았는데...여튼 나는 그 순간이 무지하게 아쉬웠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빤히 쳐다볼 수도 없는 것이고...또 힐끔힐끔 쳐다봐도 당사자는 다 알 것 아닌가. 그런 경험 많이 해봤을테니.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오히려 더 무례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난 그냥 포기하고 그녀가 하는 말만 집중해서 들어보기로 했다. 내용상으로 지금 딱히 기억나는 건 없지만...뭐 방송 나오는 대로 한국어는 유창했다. 다만 억양에 있어서는 레슬리 벤필드 양보다 조금 덜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주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레슬리와의 비교일 뿐...한국생활 10년도 안된 따루가 이정도의 억양을 유지하는 것도 실은 기적에 가깝다. 다른 요소 다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따루의 한국어 스피킹은 언제나 '본좌'. 참고로 레슬리는 한국에서 생활한 기간이 따루의 두배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본 따루양의 모습은 내 예상대로 방송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미인이었다. 1:1 가르마를 탄 단발머리여서 그랬던지 평소보다 훨씬 소녀틱하고 발랄해 보였다. 뭐 서양 친구들이 다 그렇듯이 얼굴도 쬐그맣고...푸른 눈동자도 방송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깊게 느껴졌다.

내 앞 1m 지점에 서서 동료들과 웃으며 얘기를 나누던 그녀는 공덕 역에서 발걸음을 내렸다. 이게 대략 올 봄 아니면 여름 쯤이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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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루 양과는 별개로 나는 오래전부터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다른 곳보다 더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바로 탐페레라는 아름다운 도시를 본 이유 때문이었는데...이 곳 탐페레는 삿포로와 함께 내 인생 끝나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야 말 곳으로 정해놓고 있다. 추우면서 웬지 쓸쓸한 느낌이 공통적으로 감도는 그런 두 도시. 고독한 그 분위기가 좋아서 나는 막연하게 탐페레와 삿포로를 동경하게 됐다. 삿포로 정도야 뭐 맘만 먹는다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곳일테지만...탐페레는 과연 언제쯤에나 가능할지 궁금하다. 신혼여행? ㅎㅎ 뭐 그것도 좋겠네. 탐페레에 며칠 갔다 오기 위해 결혼을 한다라... 뭐, 나쁘지 않아. ㅎㅎㅎ
 

 지난 밤에...미리 따운받아 놓은 KBS의 [걸어서 세계를 가다]를 컴터로 봤다. 핀란드 편이었는데...역시 탐페레를 통해 내가 막연하게 동경하고 있던 바로 그 이미지의 핀란드였다. 막상 프로그램에선 헬싱키가 주가 되고 탐페레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냥 그 분위기 자체로 좋았다. 다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는 사람인데도 도시 분위기는 어딘지 동화적인 공기를 풍기는...굳이 싼타클로스나 요정이 등장해야 성립하는 그런 종류의 동화가 아니라... 현대적 버전의 동화랄까. 자동차와 트램이 지나다니고 맥도날드 간판이 보이고 그냥 평범하게 담배피는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풍경이지만 어딘지 영화같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내가 그냥 분위기에 취해서 그런 것일까? ㅎㅎㅎ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착하고 정직하게, 그리고 꿈을 갖고 원칙대로만 산다면 오늘날 우리 한국인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경제발전, 선진화는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닐 거라고. 물론 TV에서 방영된 좋은 모습들만 보고 나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서는 안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세상 만물에는 어떤 '단면'이라는게 있는 것 아니겠는가. 프로그램을 만든 PD나 관계자들이, 정말로 핀란드의 좋은 곳, 좋은 사람들만 작정해서 촬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여튼...핀란드 북부의 라플란드라는 곳에서 산타클로스 테마 파크가 상시 운영되는 모습을 보며...그리고 그곳에서 살아있는 판타지의 쾌감을 만끽하는 행복에 겨워 있는 사람들을 보며...나는 꿈과 낭만을 포기하지 않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지구 반대편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자연스레 내 자신에게 반문하게 되었다.

"왜 우리는 꿈과 낭만을 포기하면서 사는 것일까?"

가만 생각을 해보니 우린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꿈과 낭만을 추구하면 현실 생활은 완전히 좆될 것이라는 그 지레짐작. 물론 꿈을 대놓고 추구할 경우 현실적인 삶이 고달파질 가능성은 커지는 게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이렇게...단 0.1%의 실현 가능성조차 씨를 말려버릴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길다란 항로.
뱃머리의 키는 이성에게 맡기되
배의 움직임은 열정의 바람에게 맡겨라

바이런이었나 블레이크였나...갑자기 생각이 안나는구만. 유명한 영국 시인 중에 이런 비슷한 시를 읊은 이가 있었다.

맞다. 우리가 오늘도 한끼의 밥을 먹는 것은, 다 짧지만 소중한 그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함 아닌가. 물과 기름을 섞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 삶엔 양자가 다 필요하듯이...이성과 감성 어느 하나도, 우린 함부로 짓눌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명백한 자살이다. 

10년 전 스무살의 새파란 나이로 경제학 원론 첫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님께서 칠판에 커다랗게 써주신 말씀이 기억난다.

[Have cool heads but warm hearts] - Alfred Marshall

그 교수님은 정운찬 교수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주류경제학자로 유명했기 때문에, 나는 그분에게서 학문적인 낭만성은 별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분은 첫 수업에서 저렇게 감동적인 글귀를 쓰셨던 거다. 경제학과에 입학했지만 법학과 함께 경제학을 인간이 낳은 가장 속물적이고 저급한 학문이라 생각했던 내게...그분은 나따위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전인류적 철학을 보여주신 것이다. 그분은 아마 경제학의 효율적인 운용이 보다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믿음이 있을 것이다.
 

 

얘기가 잠시 곁으로 빠졌는데...여튼 사시사철 베짱이 모냥으로 바이올린 켜고 노래나 부르며 살 순 없는 것이지만, 역시 사시사철 개미처럼 생활하는 것도 좋은 모습이 아닌 건 분명하다. 

내일은 친구 결혼식 '전야제'가 있다.
지껏 지껄였던 이런 류의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는...그 중에 한 명도 없다.
어떤 친구는 내가 이런 기분을 토로하자, '친구에게선 뭘 바라는 게 아냐'라며 뼈있는 충고를 해주었다.
옳다. 맞다. 

하지만 그런다고 나의 고독함이 더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ㅠ.ㅠ

by 냄비국물 | 2007/12/01 02:19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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