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김용철
'MBC 뉴스후'에서 방영한 삼성 비자금 관련 보도를 뒤늦게 확인했다. 이 사건을 나름 관심있게 지켜봐오던 나였지만, 뉴스후에서 보도한 내용은 정말이지 나의 상상을 오백배는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 실로 얼마만인 건지...도무지 기억을 떠올릴 수 조차 없을 정도였다. 
우리 국민의 도덕적 의기가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가공할 그 죄의 댓가를 치를 삼성, 그리고 이건희. 우린 과연 이들을 어떻게 처단해야 할 것인가? 
소름끼치는 그의 독재정치를 하루하루 피말리며 버텨온 우리의 선배님들은 그의 이름 석 자를 듣는 것 만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이 철천지 살인마들을 사형시켜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는 우리국민 전체가 낳은, 바로 민주시민인 우리가 민주시민으로서 깨닫고 지켜야 할 우리의 책임을 우리 스스로 등한시하고 기피한 결과 탄생한, 우리 자신의 업보이기 때문이다. 독재자를 사형으로써 처단하는 민중은, 독재자를 미리 견제했어야 할 민주시민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그야말로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철면피'에 다름아닌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시민으로 구성된 위대한 공화국이다. 위대한 공화국 시민은, 자기부정을 해서는 안된다. 자기가 낳은 업보는 자기가 고스란히 껴안아야 하며, 자신이 낳은 그 업보를 자신이 죽을 때까지 바라보면서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
독일은 아우슈비츠를 철거하지 않았다. 우리 역시 전두환과 노태우를 사형시켜서는 안된다. 그리고, 삼성과 이건희 역시도 제거하면 안된다. 우리가 스스로 잉태한 우리의 '암덩이'로써, 다시는 저런 섬뜩한 물체가 내 몸에서 생성되는 일이 없도록, 죽을 때까지 지켜보면서 내 몸의 건강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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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글은 삼성 비자금 사건이 전국민의 혁명적인 의식 전환을 일으켜 기적적으로 잘 처리가 됐을 때를 전제로 하고 쓴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점은 바로 사건이 이런 식으로 종결된다고 했을 때, 그 뒤에 불어 올 후폭풍에 관한 것이다. 틀림없이 어디에선가 이건희와 삼성을 처단하자는 인민재판식의 여론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이 잘 처리됐다고 했을 때, 남은 반성은 이제 삼성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전체가 해야 할 몫인 것이다. 우리는 민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준수했어야 마땅할 법적, 도덕적 의무들을 내팽개친 댓가를 우리 스스로 치러야 하는 것이다. 정치 독재자, 경제 독재자들의 온갖 위법 행위들을 매번 방관/용인하며 심지어는 지지까지 했던 우리들. 2007년 말 현재의 이 시점에서, 삼성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하여 정말 혁명적인 인식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또 어떤 형태의 자기부정을 더 해야할지 모른다. 
공화국에서는 시민 한명한명이 다 평등하다. 그러면 대선후보자건 일반 유권자건, 모두가 다 평등한 정치적 인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인식으로 볼 것 같으면, 대통령 후보들에 관해서는 매번 비판과 비난으로 일관하면서도...공화국의 구성원으로서 동일한 정치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자기자신에게는 단 일구의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는 것은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도, 우린 이런 것들을 마치 소 닭 쳐다보듯 매번 내팽개쳐 버리는 것이다.
2007년 12월, 유감스럽게도 우리 국민들은 이런 무시무시한 행위를 또한번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 "영혼을 팔아도 좋으니 경제만큼은 살려달라"고 하는 소름끼치는 코멘트와 함께 말이다.
무책임한 방관, 어리숙한 판단, 비도덕적 관용...62년 전 우리의 조상들이 갖은 고초를 다 이겨내며 달성해 낸 위대한 민주공화국의 기초가...뿌리부터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발악해봤자 오천만분의 일에 지나지 않는 연약한 소시민일 뿐인 나.
이제 나는...어디다 하소연을 해야 하는 것일까?
# by | 2007/12/07 02:23 | 세상에 침뱉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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