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4일
이형택 혼자 백번 잘하면 뭐할까...
여자 몸 한번 핥아보고 싶다는 솔직한 표현 하나로 대한민국 최고의 변태가이로 몰린 마광수 교수님. 그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자신의 조국 대한민국에게 '촌티나는'이라는 수식어를 매번 친절하게 갖다붙여 준다. 뭐 정식 출판물이고 나름 교수로서의 체면이 있을테니 '촌티'라는 말은 사실 어느 정도 순화가 된 상태의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솔직히 진짜로 하고 싶었던 표현은 바로 '촌놈'이라는 이 말이었을텐데 말이다. 여튼...나는 그의 이런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하는 입장이다. 한국 사회는, 촌이요, 한국인들은 바로 '촌놈'이기 때문이다. 입만 열었다 하면 세계화니 국제화니 하는 말을 뻔질나게 늘어놓는 그 사람들 한국인, 바로 '촌놈'이다. 그것도 얼굴에서 끈적한 땟국물이 죽죽 흘러내릴 정도로 엄청나게 더러운 촌놈들.

도시 생활을 막 시작해 아직 시골에서의 생활 습속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을 보고 우린 '촌놈'이라는 표현으로 놀래대곤 한다. 매 상황, 매 장소에서 갖추어야 할 매너나 에티켓이 있는데, 도시 생활을 많이 못해본 관계로 촌에서 온 그 사람은 매번 서투른 행동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놀림을 당한다. .......해외에서 무시를 당한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한국인들. 그들이 무시를 당하는 이유는 바로 하나다. 바로 국제사회에 어울리는 세련된 몸가짐, 교양있는 마인드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개인적으로 좋아해마지 않는 이형택 선수가 US오픈에서 아르헨티나의 기예르모 카나스를 3-0으로 완파해 왠종일 맥주를 마신 적이 있었다. 실시간으로 보지를 못해 경기 장면을 다시 따운받아 컴퓨터로 보았다. 느긋하게. 근데 갑자기 이게 웬일일까. 경기 잘 보고 있는데 갑자기 경기장 내부에서, 예전에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눈꼴사나운 광경들이 펼쳐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무척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려왔는데, 발음을 잘 알아듣진 못했지만 대략 세 음절로 뭔가를 합창하는 소리같았다. 좀 더 집중을 해봤더니, 이형택이 포인트를 딸 때마다 그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인(혹은 한국계) 관중들이었던 것이다. 결국 알아낸 그 삼음절짜리 합창은, 초등학교 운동회를 필두로 하여 한국인인 우리들에게 더없이 친숙한 문제의 구호, '잘, 한, 다!' 였던 것이다. 잘, 한, 다! 이, 형, 택!
경기를 관람하는 코트 내의 다른 관중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이 대찬 행동에 카메라맨도 열을 받았는지 평소와 달리 유난히 관중석을 많이 비추었다. 물론 '특정' 관중석만 말이다. 저렇게 거의 매 순간 지네들끼리 일어서서는 한국어로 그 몹쓸 행동들을 해댔던 것이다. 매치포인트 혹은 세트포인트를 따낸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한 포인트를 획득한 것일 뿐인데도 뭐가 그래 쌓인게 많았는지 정말이지 줄기차게, 당최 지치지도 않고 쭉 저랬더랬다. 힐끔힐끔 불쾌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다른 인종의 관중들도 따라서 비치기 시작했다. 그냥 컴퓨터로 나 혼자서 시합을 보는 것인데도,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떨구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어김없이 반복되는 한국인들의 저런 치떨리는 똥매너에...같은 한국인으로서 자괴감이 몰려왔던 것이다. 그 자괴감이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겐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카나스와의 경기 도중 이형택이 잠시 타임을 건 적이 있었다. 자신의 맞은 편에서 한 관중이 지맛대로 자리를 왔다갔다 하면서 이형택의 시야를 성가시게 한 것이다. 이렇게...코트 위에서 실제 경기에 임하는 선수는 경기에 대한 집중도 때문에 심리 상태가 매우 날카로워진다. 때문에 어떤 종목 어떤 경기에서건, '관중'이라 하면 일단 선수들의 이런 부분을 배려해주는 것이 스포츠를 관전함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예의가 된다. 하지만 US오픈이라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저 대회에서, 한국인 관중들이 보여주는 수준을 볼라치면...ATP 랭킹 15위의 카나스가 40위 대의 이형택에게 왜 한 세트도 못뺏어내는 완패를 당했는지 그 이유를 극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인 관중들의 소란스럽고 무례한 행동이 카나스의 패배를 결정지은 일차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같은 한국인으로서 관중들이 매 경기 저렇게 무례하고 악랄한 관전 매너를 보이면 당사자인 우리 이형택으로서도 기분좋은 일이 못됨은 누가 봐도 확실한 것이다.
이형택은 모르겠지만(물론 그 자신도 실은 불쾌할지 모른다) 상대선수에게나 옆자리 다른 관람객에게나..테니스 코트에서 요구되어지는 일체의 에티켓을 준수하지 않는 우리 자랑스런 한국인들. 만약 이형택이 메인 코트에서 벌어지는 결승 무대까지 밟는다면 틀림없이 언젠가 한번은 한국인들의 이런 미성숙한 매너, 공개적인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 현재에도 어떤 현지 언론으로부터 열라게 까이고 있을지 모르고. 
뭐 새삼스런 일도 아닐 테지만, 이 날 경기를 관전하러 온 한국인들은 내가 보기에 아무리 봐도 '테니스 팬'들이 아니었다. 그냥 '대한민국'이라는 한 나라의 팬이었던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어이없는 광경을 연출할 수가 없었다. 매일 말로는 세계화니 국제화니를 외치면서 실제 행동과 사고방식은 전혀 그에 상응하는 수준을 갖추지 못한 한국인들. 촌놈으로서 보여주는 것이 그냥 단순한 '서투름'이면 귀엽게 봐주고 넘어갈 수가 있는데, 서투름을 넘어서 무례, 결례를 범하게 되면 옆사람으로선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특별히 교양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는 자연스럽게 그 촌놈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이어진다. 다음 게시판에서 그야말로 처절하게 쏟아내던 이 '무시당함(ignored)'의 사례들...나는 백이면 백 한국인들의 이 세련되지 못한 국제매너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도 안읽고 음악도 안듣고 스포츠도 안즐기는 등 개인적인 매력이라곤 개 뼉다구 만큼도 없으면서 친구는 꼭 좋은 사람으로 사귀어 볼려고 온갖 구차한 궁상을 다 떤다. 더 우스운 것은 그 '친구'마저도 가능하면 잘생기고 이쁜 백인들로 한정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니까 밖에 나가면 자연스레 따돌림을 당하고...따돌림을 당한 자들은 다시 자기들끼리의 게토를 만든다. 그리고 그러면서 그 사회 구성원들 간의 골은 갈수록 깊어만 간다. 좃도 아닌 주제에 사람 무시하니까 열받아서 물리적 폭력을 쓰게 된다. 지난 90년의 LA 흑인 폭동...피해자는 대부분 한인들이었다. ...다 이런 부분들이 누적돼서 생겨난 불행 아니었을까?
지난 카타르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을 응원해주는 인도인들이다. 봐라, 좀 좋나? 아마 어떤 똘갱이는 피부 검고 못사는 나라 사람에게서 응원받았다고 고까워 할지도 모를테다. 만약 미국이나 영국, 독일의 젊은 백인 남녀들이 지렇게 응원을 했더라면 조선일보 같은 데서는 연일 대서특필이 됐을 테고.
비록 경선은 끝났지만 한나당의 박근혜 후보는 '5년 안에 선진국'이라는 아주 명쾌한(?) 대국민 공약을 내세웠고, 이명박 후보 역시 '747'이라는 자기 나름의 국가발전 비전을 제시했다. 연평균 경제 성장률 7%, 임기내 1인당 GDP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돌입... 대략 보수파라 하면 현실론을 주된 색깔로 하며, 진보파라 하면 좀 더 이상에 다가서는 진취적인 발걸음을 주된 색깔로 한다. 그런 점에서...이명박과 박근혜는 대한민국 최고의 극좌파가 아닌가 생각된다. 매번 저렇게 현실과는 철저히 동떨어진 '이상사회'를 현실과 철저히 동일시하고 있으니...
낭만파에는 마르크스적인 사람도 있고 히틀러적인 사람도 있다. 한나라당 분들은 이 중 어떤 쪽인지...나로선 잘 모르겠다. 낭만파인게 확실하긴 한데...어찌됐건 이 분들의 바람대로 그 공약들이 어찌어찌 실현이 됐다고 치자. 생활의 작은 부분들에서 이제까지와 같은 국민 한명한명의 똥매너들이 되풀이가 된다면, 과연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대접을 받을 수가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잠시 눈 정화 좀 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사색에 잠겨보자.
개인이 잘 되면 나라가 잘 된다고 했다. 우리 국가와 관련된 일련의 문제들은 모두 우리 개인들의 책임이 아닐까.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모든 승부는 한 끗 차이다.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모이고 모여서 뒤에 가선 돌이킬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낸다. 국제사회에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국제 감각의 중요성을 아직 피부로 절감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인들. 뭐 어쩌면 좀 더 긴 고통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더 고통을 당해봐야 그 이유를 분석할 것이고, 그러는 와중에 자신의 문제도 있음을 알고 언젠가는 자성의 시간을 갖게 될 날이 올 것이니 말이다.
한명한명 다 성숙한 개인이 되고...또 그런 경쟁력있는 개인들이 모여 부강한 대한민국을 달성했으면 좋겠다. 뭐 국가와 상관없이 순수히 개인적인 차원의 성공만 추구한다면 그것도 충분히 축복해드릴 일이고. 국가적 성장보다 개인적 성장을 앞세울때...진정한 국가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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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11/14 14:17 | Sportstar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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