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에 둥지를 튼 첫느낌.


옮겨야지 옮겨야지 생각만 하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바쁘던 지난 7개월. 드디어 이글루에 새둥지를 틀었다. 개이버의 폐습을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바쁘고 짜증나는 일상, 그리고 익숙한 것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인간 본연의 관성이 서로 맞물리는 바람에...이글루로 거처를 옮기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여튼...방안을 휑그러니 내버려둘 수가 없어서 네이버에 등록해뒀던 글들을 시험삼아 몇개 옮겨 심어보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진중권과 디워에 관한 철지난 이슈글이...이글루 메인화면 상단에 걸리는 게 아닌가. 그래놓으니까 댓글도 순식간에 서른 몇개가 붙었다.

...이글루는 이렇게 시작부터 내게 신선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다음은 이글루를 새로 개설/활성화 하면서 느낀 몇가지 생각들.


1. 이글루에는 신참을 환영해주는 풍습이 있다

인터넷 프로그래머가 아닌 관계로 사이트가 굴러가는 메커니즘은 잘 모른다. 단순 조회수 기준인지 아니면 댓글수 기준인지 등록시간 기준인지 아니면 또다른 기타 요인이 기준인지... 여튼 어찌됐건 철도 지났고 주제도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글인데도 메인화면에 떡하니 걸어주는 호의를 보여준 이글루. 내가 모르는 어떤 시스템에 의해 그냥 그렇게 된 건데 내가 그 시스템을 몰라서 혼자 그냥 착각하는 것일까? 혹시 신참을 놀려먹으려는 모종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튼 그 시스템을 모르는 지금 현재, 나는 이글루에 신참을 환영해주는 풍습이 있다고 믿고 있다. 빠찡코에 처음 들어온 샌님한테 기념으로 잭팟 터뜨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앞으로의 추이가 짐짓 두려워지기도 한다.


2. 예상대로 이용자들의 수준이 높다

개티즌의 사이트 개이버와 달리 이글루는 확실히 이용자들의 지적 수준과 사이버 윤리의식이 뛰어나다. 수십개로 달린 댓글 중에 악플이라곤 고작 서너개 밖에 없었다. 그것조차도 개이버의 그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선플'에 가까울 정도.
내가 글을 아무리 망나니 같이 갈겨놓아도 그런 거 신경 안쓰고 깔끔하게 엑기스만 추려내시는 분들이 계시다.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진다. 그런데 계속 이런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앞으로도 글을 지저분하게만 쓰게 되는 게 아닌지 그게 걱정이다. 개이버는 학생들의 걸레질이 하도 사나워서 글을 쓸 때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하는 경우가 있곤 했는데...


3. 정신연령을 더욱 더 낮추자

이래저래 후루룩 둘러봤는데...마치 북두신권의 수라국에 온 것 같다. 한사람 한사람의 지적 내공이 개이버에 비하면 일당 백이다. 다들 글을 정말 잘 쓴다. 아주 교양있고 차분하게, 신사답게 잘 쓴다.
그런데 나는 아직 이분들이랑 어울릴 수준이 아닌 것 같다. 괜히 없는 능력으로 허공에 삽질하기보다는 조금 추잡스러워도 시궁창을 파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시궁창도 오래 파다 보면 언젠가는 깨끗한 흙이 나올 테니까.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되 가능하면 정신연령을 낮추어서 남들이 비웃고 업신여기는 쪽을 많이 파야겠다.

by 냄비국물 | 2007/11/17 14:54 | 日常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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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7/11/17 15:35
어쩐지 글을 많이 쓰신다 생각했는데, 쓰신 걸 옮기고 계신 거였군요. (웃음)
몇몇 글은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뵙겠습니다.
Commented by 모로 at 2007/11/17 19:48
^^;;; 네이버 블로그랑 티 여기저기 골라봤지만

여기보다 좋은곳은 찾기 힘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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