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5일
도시 미관, 건축에 대한 짧은 생각.

오사카일까? 나고야?
뭐 어찌됐든...나름 보기 좋은 건축물이다. 많은 서양인들이 일본의 이런 모습들을 보고 감탄을 한다. 몇몇 한국인들도 정신 제대로 박힌 사람이면 이런 훌륭한 건축물에 탄성을 표한다.
...그런데...왜 우리나라엔 이런 탄성을 표할만한 관광자원, 건축물이 없는 것일까. 고작 서울에 궁궐 몇개 달랑 있는 걸로 이러쿵 저러쿵 변명하는 것은...너무나 구차하다. 좀 솔직해지자. 우리 남한에 어디, 외국인들이 진짜로 감탄할 만한 경관을 갖춘 관광지가 있나?
중앙집권제라는 대한민국만의 고유한 정치역사를 통해서 알아볼 수가 있을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백년 전까지, 대한민국은 정치역사는 줄곧 왕정이었다. 삼국시대로부터 따진다면 말이다. 여튼 반도라는 고립된 지정학적 위치에다 땅덩이 면적까지 좁아서인지 중앙집권의 전통이 굉장히 길게 이루어졌다. 물론 우리 역사의 중앙집권은 엄밀히 왕정보다 귀족정의 형태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튼 외면상으로는 귀족들이 왕을 떠받드는 왕권 중앙집권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이것저것 따지는 것들이 많았다. 귀족이고 서민이고..왕이 하는 건 그 어떤 누구도 따라하면 안된다. 그 어떤 건물도 왕이 사는 궁궐보다 크게 지으면 안되는 것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왕이 사는 곳보다 좋은 경치를 조성하면 안된다. 사사껀껀...왕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또 묵살이 되었기 때문에...다양한 뭔가가 원천적으로 시도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자연스레 이 나라의 건축문화는 획일성을 띠고 침체의 길로 빠져든 것이다. 사실...이왕지사 그렇게 된 거라면 왕궁이라도 엄청 멋져야 억울하지가 않는데, 이게 또 안그렇다. 중국의 속국으로만 반만년을 지새다 보니...뭐 하나 짓는 것도 사사껀껀 중국 황제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단 하나라도 중국 황제보다 크고 좋은 걸 만들면 안되는 것이다. 그결과 우리의 빛좋은 경복궁에 창덕궁은 저런 비굴한 모습을 띠게 된 것이다. 물론 그 건물들이 아름답다는 건 인정하지만, 중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아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못해본 것은 확실히다.
중국은 땅덩이가 넓어서 그런지 우리보다 건축미학의 다양성이 훨씬 뛰어나다. 혹자는 중앙집권체제의 측면에서는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압도적이지 않았느냐는 말을 꺼낼지도 모르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겉으로는 무척 통합력 좋은 대국 같지만, 땅덩이가 하도 커서 황제의 실권이 각 지방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큼 압도적인 힘으로 전달된 것은 아니다. 이는 주로 미국 출신의 중국사 연구자들에 의해 최근 몇 십년 사이에 오고 간 학설들이다. 큰 신빙성을 얻고 있다. 여튼...중앙 권력으로의 집중도가 (거대한 땅덩이로 인해)우리보다 오히려 떨어졌던 중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건축기술들이 실험될 수 있었다. 즉 황제가 짓지 말라 그래도 생까고 지을 수가 있었다는 얘기다. 왜냐, 황제가 그런거 따진다고 중국 방방곡곡을 돌면 그 순간으로 수십년의 시간이 소비돼버리기 때문이다. 여튼...중국은 천혜의 자연을 발판삼아, 그리고 중앙집권제의 한계적 틈새를 뚫고 저런 기막힌 경치들을 곳곳에다 연출해 두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서울 사람들이 입만 뻥긋하면 청계천 청계천 나불대길래 한번 가봤더니...역시나 서울 사람들의 수준을 알만 했다. 아니 도대체 평소에 얼마나 야단떨게 없었으면 저런 한심한 토목작업의 결과물을 자랑스러워하고 또 거기서 살다시피 할까...
일본에 놀러를 가서 일본의 거리와 주택 풍경을 보고 난 항상 내 어린 시절의 친숙함들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나라가 아닌 바로 옆나라 일본에서!
도시 어디를 가도 한국보다 훨씬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드는 일본. 그렇다. 일본의 도시에는 운하와 하천, 도랑이 있다. 그리고 그 위를 드리우는 예쁜 다리들이 있다. 그 위에서 어떤 이는 사진도 찍고, 또 어떤 이들은 사람들 안보이는 틈을 타 뽀뽀도 한다. 가끔 영화 업자들이 찾아와 영화를 찍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풍경이 결코 연출이 안된다. 왜냐, 운하고 하천이고 도랑이고 다리고...원천적으로 존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망국적인 복개공사 때문에 도시 경관이 마비가 돼버리고 만 대한민국이다. 시각적으로 맑은 공기를 제공해주던 동네 사이사이의 귀여운 도랑들은...이명박같은 콘크리트 업자들에 의해 육공트럭 호로 씌우듯이 턱턱 덮어져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엔 주차장, 도로가 생겨 인간을 위한 공간이 아닌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 된다. 2007년. 대한민국 도시의 어디를 가도 내 어린시절의 기억에 남아있는 그런 운하와 하천, 도랑, 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전부다 시커먼 아스팔트, 콘크리트로 덮여져 보는 사람 숨통만 죽자고 들어막을 뿐.
도시미관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에도 큰 해악을 초래하는 이런 복개공사는, 유감스럽게도 2007년 현재도 무섭도록 반복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당국에서는 일단 복개공사를 더 이상 안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워두고 있는데, 이젠 거꾸로 시민들이 복개공사를 지지하는 광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즉 별다른 이익도 못되는 어줍잖은 '생태' 보다는 지금 현재의 '물리적 편의'를 선택한 것이다. 57년만에 복구된 마산의 한 예쁜 개천, 지역 주민들의 어거지에 의해 결국 다시 콘크리트 더미에 잠겨버리게 생겼다. 마산 시장이랍시고 하는 말이...그곳에서 살고 잇는 주민들이 주장하는 일이니...주민 본인들의 다수 의견을 반영할 수밖에 없대나 뭐래나...
예전에는 이런 풍경들이 그냥 동네 한가운데에도 심심찮게 있었다. 하지만 이젠 깊은 산 골짝으로 들어가야만 볼 수가 있다. 흉물스런 콘크리트...정말 안보게 되는 방법 없을까. 콘크리트의 화신 이명박 역시...복개하천을 복원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았는데...문제의 '복원' 역시도 콘크리트로 밖에 하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여름만 되면 죽은 물고기들이 셀 수 없이 떠내려오는 '서울 시민의 젖줄' 청계천. 이 사업의 기획자는 조만간 서울과 부산을 잇는 대운하를 건설한다고 한다.
흠...
여튼...아름다운 것보다는 편한 걸 따지고, 튀는 행동은 절대 하면 안되는 역사적인 권위주의 때문에...대한민국은 오늘도 한발짝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관광 후진국으로의 뒷걸음...
# by | 2007/11/15 13:55 | ETC Beauties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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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관광자원이 정말 없다는 것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거듭 말씀하시는 그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을때
수많은 문화유산들을 불태워버렸다는 사실도 아시는거죠?....
한반도의 통일 왕국이라도 고려같은 나라는 그다지 중앙집권적이지 않았습니다. 12목이 설치된 것은 건국 한참 후이고 지방관이 파견된 군현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죠. 지방을 실질적으로 다스린 세력은 향리였습니다.
자금성이 대단하긴 해도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냥 대국에 걸맞는 크기의 궁궐인 거죠. 사실 경복궁 규모도 그다지 작은 건 아니지만 일제 시대 철거된 건물이 많아서 좀 허전해 보이긴 할 겁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이라는 요상한 건물도 있구요. 구 총독부 건물을 철거한 게 그나마 다행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