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정말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나름 인문학적인 지식이 빠방하고 인격적으로도 점잖은 그런 신사분들 중, 외국 생활이 풍부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공통적으로 조국인 대한민국에 대해 대단히 자부심 어린 칭찬들을 늘어놓는다. 물론 이들이 하는 '조국 칭찬'은 조중동식의 유치찬란한 국가주의와는 그 수준이 매우 다른, 상당히 품격있는 칭찬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비록 그들의 분석에 상당한 통찰력이 깃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여기에 대략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갖추게 된다.
대표적으로 '민주주의'에 관한 논의를 예로 들어보면, 그들의 견해로 볼 것 같으면 민주주의의 본질적 도그마에 관한 한 서구의 그것보다 우리의 그것이 훨씬 순수하고 원리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뭐 간단하게 말해서, 서구의 경우 민주주의를 포함한 역사의 발전이 나름 긴 시간을 통해서 이루어져 왔지만 우리의 경우 사회의 변화와 발전이 고작 이삽십 년에 걸쳐 급격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즉 유럽 쪽 사람들은 역사 발전의 느린 그 속도만큼이나 과거의 유산들을 잘 보전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과거의 '악습'에 관해서도 그것을 빨리빨리 고치기는 커녕 오히려 잘(?) 보전을 해나간다는 얘기. 고쳐야 할 점이 분명이 많음에도 느릿느릿한 관성이 몸에 배어서는 그걸 시정하는 속도가 대단히 느린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야 뭐...말 안해도 다 아는 얘기들이다. 전화 한통, 인터넷 악플 한 줄, 식당에서 호통 한마디면 당사자가 요구하는 사항들의 대부분이 신속하게 관철된다.

뭐 대략 이정도를 '그분'들이 칭찬하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한 단면으로 예시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처럼 이렇게 전통사회의 질서가 급격히 붕괴된 것이 민주주의적인 가치와 어떤 긍정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즉 천박하고 흉측스럽게까지 자신의 권리를 관철시키는 이 자세가...자유, 평등, 우애 등으로 표방되는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맞다. 속도를 우선시 하는 우리들의 시대적 습관은 결과적으론 서양의 그것보다 더 적극적인 형태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보다 훨씬 큰 폭의 천박함을 동반한 것인 것이었다.

과도한 권리 주장. 이를테면 식당에서 밥 빨리 안나온다고 주방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아저씨들. 물론 그들은 주문한 음식을 가능하면 빨리 먹을 민주적 권리가 있는 것이지만, 옆 손님들에 대한 매너를 지키는 것 역시 그가 민주주의 공화국에 몸을 담고 있다면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치다. 공공질서 및 공공예절은, 사회라는 것이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다. 중학교 사회교과서에도 줄창 나오듯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는 것은 '민주'가 아니라 '방종'이다.

이렇듯...나는...대한민국이 자랑해마지 않는 이 '민주주의'가 실제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민주'의 이름을 빙자한 극도의 이기주의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예절을 전혀 안중에 넣지 않는 이런 파렴치한 행동들은 그 자체로 필연적인 천박함을 낳게 된다.

어찌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사회적으로 좀 불공평하더라도 그럭저럭 조용하게 살길 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좀 시끄러워도 좋으니 개인적인 권리와 평등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 두 부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그런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상황을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설정하는 건 대단히 어리석은 행동이다. 왜냐면 조용히 품위있게 살면서도 사회적인 평등까지 도모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진정 현명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의 결론은...자기 권리 주장하는 건 당연히 인정하는 바이지만 제발 같은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품위를 좀 지키자는 것이다. 물론 이 둘을 균형있게 짜맞춘 나라는 이 지구에 아직 없는 것 같지만... 하지만 그러니까 더 우리가 파이오니어가 되자는 것이다...하루빨리....

by 냄비국물 | 2007/11/15 13:31 | 세상에 침뱉기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ivorymind.egloos.com/tb/100065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